지난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언론들이 연일 경마장식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독도부터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자위대 초계기의 레이더 조준 등 한일 간 논란이 될 만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확인이 어려운 보도를 쏟아내면서 진실 게임이 한창이다. 정상회담이나 브리핑에선 언급되지 않은 내용들로 대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향해 ‘우리는 할 말을 했다’라는 알리바이를 남기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

22일에는 ‘멍게’ 얘기까지 나왔다. 한 신문에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국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규제하고 있는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고,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가 동영상 촬영을 제지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글쓴이는 “위험을 지지 않으려는 기시다 총리 태도를 지적하는 취지였다”며 “멍게 얘기만 한일 언론에 부각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현장을 지켰던 대통령실 관계자가 보도를 부인했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일본을 찾은 우리 대통령에게 멍게 얘기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언론에 흘린 게 된다. 비상식적인 일이다.

언론이 한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한 정상회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취재해 보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사안의 경중(輕重)이나 기사 가치 역시 서 있는 자리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회담 후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를 종합하면 선을 넘고 품격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한일 양국이 논의하기로 합의한 안건도 아니고,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사안에 대해 보도하면서 촘촘한 팩트 체크 없이 ‘아니면 말고’ 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자 발언이나 질의응답을 왜곡하는 일도 다반사라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언론이 국민감정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 과거에도 일본 언론이 자국 중심주의적인 보도를 쏟아내 우리 국민들을 격분시키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언론이 ‘오보’를 양산하면서 반일(反日), 혐한(嫌韓) 장사를 하는 한일 양극단 세력에게 판을 깔아주고 있다. 일본 정부도 맞는다 틀린다 구분 없이 “현안 중에 독도 문제도 포함된다”(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는 두루뭉술한 답변들로 일관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일은 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 4년간의 비정상을 뒤로하고 어렵게 첫 단추를 채웠다. 일본 정부가 우리가 한목소리로 요구한 ‘성의 있는 호응’이 당장은 어렵더라도 선정적 보도들은 나서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시는 오기 어려운 이번 기회를 살려 다음 단추들도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일 모두 가짜 뉴스에 편승한 극단적 주장들을 ‘음소거’시키고 차분히 논의를 이어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