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광고가 걸린 교대역.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지변)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을 각각 부과했다. 변협은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이용하면 징계위에 회부해 과태료 처분을 해왔는데 이는 변호사의 플랫폼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변협은 이날 공정위 발표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로톡은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변호사를 찾는 소비자들은 로톡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이 원하는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변협은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소개 및 알선’에 해당해 사실상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변협·로톡 갈등은 만 8년 동안 검찰과 경찰, 심지어 헌법재판소까지 갔지만 누구도 변협 손을 들어준 적이 없다. 2015년 3월 서지변은 검찰에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했고, 그 후 검경에서 한 차례씩 더 수사했지만 모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작년 5월 헌재는 변호사들이 법률 광고 플랫폼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변협 내부 규정의 핵심 조항들에 대해 위헌 결정도 내렸다. 변협은 헌재 결정에 대해 ‘중요한 조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합헌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여기에 이날 공정위까지 로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차기 변협 회장부터 ‘사설 플랫폼 퇴출’을 외치고 있다. 모두가 한쪽 방향을 가리키는데 변협만 다른 방향을 본다. 그러는 사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분류됐던 로톡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로톡 사태’ 이후 로톡 가입 변호사는 한창 때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고, 로톡은 작년에 입주한 신사옥을 최근 내놨다. 현재는 직원 절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희망 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변협은 ‘결자해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미 늦었지만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IT 강국인 국가에서 법률 시장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계속 생겨나기 마련이다. 정부가 그때마다 이익 단체와 스타트업 사이의 문제라고 뒷짐만 지고 있으면 피해는 플랫폼 이용자인 일반인들에게 전가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변협 논리가 맞는다면 그에 맞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라. 그러나 그 반대라면 다시는 이익 단체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의 새싹 같은 스타트업을 이리저리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되는 상황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