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작년 9월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지역에서는 “‘성남시장=구속’이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1995년 민선 1기 시장부터 2018년 민선 7기 은 전 시장까지 20년간 역대 모든 성남시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단 한 명 예외가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구속된 성남시장들은 모두 부동산 비리에 연루됐다. 여야도 따로 없었다. 민선 1기 무소속 시장은 지하철 상가 개발 업자로부터 1억6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민선 2기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시장은 주상복합 설계 용역을 친지에게 주도록 하고(제3자 뇌물 혐의),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두 번 구속됐다. 민선 3~4기 한나라당 소속 시장은 관급 공사 수주 대가로 부동산 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아 구속됐다.

정가에서는 성남 지역의 특수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분당, 판교 등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가진 현직 시장들이 복마전에 얽혀 들어갔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대단위 택지 개발이 이어질 때마다 형사 처벌을 받는 전·현직 공무원은 있었다. 하지만 역대 시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이런 지자체가 전국에 또 있었나.

민선 5~6기 시장을 지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스스로도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이 대표는 작년 2월 경북 포항 대선 유세에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부정부패로 전국에서 유명했다”며 “시장은 예외 없이 다 감옥 가고 제가 유일하게 감옥 안 간 시장”이라고 했다. 자신의 청렴함을 강조한 것이었겠지만 그로부터 1년 뒤 이 대표 본인도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과연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잔혹사’의 유일한 예외로 남을 수 있을까. 성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역대 시장들의 구속은 각 개인의 일탈 문제”라며 이 대표 사례와의 비교에는 선을 긋는다. 특히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 시점이 박근혜 정부 때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 의원은 “당시 이 대표는 소셜 미디어에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독설을 쏟아내며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며 “정권이 쌍심지를 켜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 텐데 그런 시기에 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있었겠느냐”고 했다.

반면 대장동 사건을 전형적인 지역 토착 비리로 보는 검찰은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2022년에 대선 후보가 될 것을 예상하고 당시부터 대장동 관련 단속을 얼마만큼 철저히 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각종 내부 문건들이 증거로 남아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의혹 제기 1년 4개월 만에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대표가 유일하게 성남시장 잔혹사를 비켜갈 수 있을지 여부는 누구보다 이 대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