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 출석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작년 대선 기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형사 고발을 두 건 당했다. 유동규씨가 선거 캠프 일을 도울 만큼 이 대표의 측근이라 하고, 이 대표의 대장동 치적 홍보를 전문가 시각으로 비판한 기사를 각각 썼는데 이재명 캠프는 허위 사실 유포라며 기자회견까지 열고 고발 방침을 밝혔다.

사건 전말이 드러나는 지금 보면 ‘의혹 차단용’ 소송이었다. 당시 좌파 성향 미디어 전문지조차 “형사처벌이 요구되는 보도인지 의문”이라며 “대장동 보도 위축 효과를 염두에 둔 봉쇄 전략”이라고 했다.

우리 사법 현실은 이런 함량 미달 소송이라도 일단 고소당하면 수사기관 조사를 받게 된다. 대선 직후 검경 양측에서 조사 통보를 받았다. 억울했지만 체포 영장 운운하는 수사기관 앞에서 보통 시민이 소환 요구를 뭉갤 수는 없었다. 서면 및 출석 조사를 모두 마치고 얼마 전에야 두 건 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대표는 한때 ‘고소왕’ 소리를 들었다. 2010년부터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이래 알려진 것만 20건 넘는 고소·고발을 남용했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물론 유튜버와 네티즌, 유권자와 친척까지 자신을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면 고소장으로 입을 막으려 했다. 이 대표에게 소송당한 사람 모두 수사기관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중 무혐의로 끝난 건도 상당수다.

이 대표는 이런 ‘봉쇄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인물이다. 반대 여론을 위축시키는 게 목적이다. 소송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상대방이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 그랬던 이 대표는 정작 자신이 ‘성남FC’ 사건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자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데 언제 소환에 응할 거냐 묻지 말라”며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다면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언론인들에게 함량 미달 소송을 남발한 이 대표 역시 스스로 ‘언론 탄압’을 했음을 인정하나. 정치 상대의 비판 의견이나 의혹 제기를 막기 위해 소송을 도구로 활용한 이 대표는 ‘정치 보복’을 한 것인가. 이 대표에게 ‘봉쇄 소송’을 당해 수사기관에 시달렸던 관련자 모두 그렇게 느끼지 않았겠나.

범죄자만 검찰과 경찰을 두려워한다. 죄가 없다면 검경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로 수사받다 ‘방탄 국회’ 비판이 일자 제 발로 법원 영장 심사에 나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같은 사례도 있다. 당시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대법원은 올 초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법률가 출신이다. ‘야당 탄압’을 말하기 전에, 검사 얼굴을 공개하며 ‘조작 수사’라고 정치적 대응부터 하기 전에, 헌법에 정해진 사법 절차에 따라 무죄판결을 받고 나서 “검찰이 과도하게 정치 보복 수사를 했다”고 비판하면 된다. 그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이 이 대표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