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을 뜨겁게 달군 한컷 만화 '윤석열차'. 정부의 어설픈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풍자가 가장 강력해지는 순간은 풍자의 대상이 부들댈 때다.

이른바 ‘윤석열차’ 논란은 빤히 예상되는 그림이었다.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만화가 공개 전시되고, 이에 발끈한 정부·여당 측의 액션이 취해지면, 기다렸다는듯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열사가 잇따를 것이었다. 이미 여러 정권에서 반복돼온 일이다. 전남 지역의 한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는 올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4절지 도화지에 유아 만화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해, 토마스 기차 얼굴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그리고, 조종석에는 김건희 여사, 뒤 열에는 칼 든 검사 무리를 태웠다. 그저 “풉” 웃고 지나가면 될 일이었다. 유사한 만평이 전 세계에 넘친다.

그러나 정부가 일을 그르쳤다. 관련 기사가 쏟아지며 화제가 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엄중 경고”를 보냈다. 오전 11시 44분 “해당 공모전의 선정 과정을 엄정히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말 신속하게도 이날 밤 9시 8분 두 번째 보도자료를 냈다. 공모전 공모 요강에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등의 결격 사유가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고, 이는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조건에 대한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표현의 억압. 기시감이 큰 익숙한 전개였다.

5일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은 ‘블랙리스트’ 운운하며 이를 정쟁(政爭) 수단으로 휘둘렀다. 박보균 장관은 “문제 삼는 건 수상작 자체가 아니라 주최 측이 처음 약속과 달리 공모 요강에서 결격 사유 조항을 삭제한 점”이라 반박했으나, 그 약속 위반이 하루 만에 “엄격한 책임을 묻는” 보도자료를 두 번이나 낼 정도로 긴박한 일이었느냐는 재반박 앞에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한동안 예술과 자유 운운하는 정의롭고 가벼운 말이 범람할 것이고, 주요 민생 이슈를 덮는 소모적 소동이 이어질 것이다. 문화 생리에 어둡고 진중하지 못했던 대가를 지금 정부는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차’는 계속 달려야 한다. 시민을 직접 모욕죄 혐의로 고소까지 한 전임 대통령처럼 자아 성찰에 취약한 건 권력의 속성인 모양이지만, 풍자가 힘을 잃는 순간은 풍자의 대상이 의연할 때다. 물론 이번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경기도 부천시 산하이고, 경기도지사·부천시장·진흥원장 모두 민주당 인사다. 이번 논란을 그저 정파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윤석열차’가 쏟아질 것이다. 그 철로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고개 숙이고 가끔은 웃어 넘겨야 한다. 매사 불안해하고 허둥대다보면, 또다시 열차에 치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