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 성남FC는 33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축구 명문 구단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스포츠면보다 정치·사회면에 더 많이 나오는 축구 구단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가 불법 후원금을 받게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만큼 구단 내외가 뒤숭숭하니 성적도 좋지 않다. 12개 팀 중 12위다.

성남FC 선수들은 세상 풍파를 잊어보려는 듯 매 경기 이를 악물고 뛴다. 마음이 뜨끈해지는 것을 넘어 걱정될 정도다. 성남FC의 김영광 골키퍼는 “골을 먹으면 골대에 머리 박고 죽자는 생각으로 집중한다”고 했다. 덕분에 최근 경기서 3승3패로 분투 중이다.

투지를 불태우는 중 찬물을 맞았다. 다름 아닌 성남FC의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의 언론 인터뷰였다. 신 시장은 지난달 25일 “시민 통합의 에너지를 상실한 성남FC는 해체나 매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대중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신상진 시장은 이 발언을 통해 이름을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렸다. 성남FC를 섞어 가며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니 지지층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성남FC 팬들은 시장을 향해 눈을 흘기고 있다. 성남FC는 부모가 자녀에게 ‘팬심’을 물려주는, 그들 삶의 일부분인 팀이다. 신 시장은 1990년대부터 약 30년 동안 성남에서 지냈다. 성남FC가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시장이 팀을 앞장서서 비하하니 팬들은 더 원통하다.

문제를 설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팀 매각을 진행한다면 시민이 납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 시장은 ‘시민 통합 에너지 상실’ ‘비리의 대명사’라는 이유만 댈 뿐, 따로 설명이 없다. 성남시청 홈페이지엔 ‘성남FC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라는 청원이 올라 있다. 신 시장 취임 이래 둘째로 많은 2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작성자는 “성남FC가 정치면에 오르내리며 더럽혀질 때도 우리는 남아서 이곳을 지켜왔다. 도대체 어떤 권리로 우리가 지켜온 성남FC를 내다 파느냐”고 썼다.

한 초등학생은 성남시청 앞에서 ‘우리 팀 성남을 지켜주세요’라고 쓰여 있는 꼬깃꼬깃한 A4지를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성남FC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 관중석은 팀 매각을 그만두라는 현수막으로 가득 찼다.

신 시장은 ‘성남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구단의 체계를 정비하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해 축구팀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것, 시민이 성남FC를 정치·사회면이 아닌 스포츠면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답이다. 앞뒤 없는 팀 매각이나 해체보다는, 이것이 성남FC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정상화’에 더 가까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