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잠시 중단됐던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2년 2개월 만인 이달 1일 다시 시작됐다.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거의 모든 업장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카페·식당뿐 아니라 ‘준(準)식당’이 된 PC방, 만화방, 편의점에서도 이제 일회용품을 쓸 수 없다.

3월 31일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 게시판에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4월 1일부터 다시 제한된다. 환경부는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단속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를 진행한다. 2022.3.31/연합뉴스

오는 6월부턴 카페에서 음료 테이크아웃 할 때 플라스틱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이 붙는다. 300원을 돌려받으려면 커피 샀던 카페로 다시 돌아가 다 쓴 컵을 버려야 한다. 개인용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다는 취지지만, 300원 돌려받자고 빈 컵 들고 돌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소비자 입장에선 여간 불편하고 귀찮은 게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 식당 가보면 일회용품 사용은 기본이고, 먹다 남은 음식까지 한데 모아 버린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나라가 아무리 일회용품 줄이고 재활용 열 올려봤자 큰 소용없다”고 말한다. 우리보다 더 많은 일회용품 쓰레기를 생산하는, 심지어 재활용도 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은데 우리만 왜 이렇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불만 가질 만하다. 우리나라가 일회용품 줄이기에 사활을 건 이유는 실제로 목숨 걸린 문제라서다. 더 묻을 곳이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폐기물 공공 매립 시설은 212개, 이 중 63%에 달하는 134개가 15년 내 매립이 끝난다. 수도권은 매립할 땅조차 없고, 공공 소각장 수를 늘리자니 주민 반대가 심해 사실상 증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외딴 섬에 만들 수도 없다. 쓰레기를 멀리 이동시킨다는 건 이동 거리만큼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차 타고 30분 거리에 두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묻을 곳도 태울 곳도 없는데 쓰레기는 더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연간 쓰레기 배출량은 2015년 1억5265만t에서 2020년 1억9546t으로 5년 새 28% 늘었다. 한국환경공단이 파악한 2020년 기준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약 53만t,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우리 국민 1인당 매일 10㎏의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국토 면적이 좁아 쓰레기 묻을 곳이 마땅찮은 우리나라에선 일회용품 쓰레기 줄이기가 ‘쓰레기 무덤’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이다. 땅이 넓어 매립할 곳 많은 미국, 중국과는 비교할 게 아니다.

필자는 최근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를 했다. 새벽 배송 몇 번 시켰을 뿐인데 일주일간 내다버리지 못한 쓰레기가 쌓여 세탁실이 거대한 쓰레기통으로 변해갔다. 몸도 아픈데 집 한구석에선 쓰레기 더미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우리가 거대한 쓰레기장에서 살지 않으려면 ‘일회용품 줄이기’는 감수해야 할 불편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