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의 메인 광고 모델이 배우 오정세(44)씨로 바뀌었다. 20대 아이돌이 독차지했던 알바 포털 모델로 40대 ‘아저씨’를 기용한 이유를 물으니 업체는 “일자리를 찾는 알바생보다 알바생을 찾는 ‘사장님’이 더 절실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또한 그에 맞게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바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자리가 있어도 20대 청년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른바 니트족(NEET)이 늘어난 것이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 니트족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팔라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니트족은 43만59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24.2%나 급증했다. 그 배경엔 일하지 않고도 받을 수 있는 현금성 지원이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일하지 않아도 월 50만원씩 ‘청년수당’을 지급한다. 일부러 해고를 당해 실업급여를 받는 청년도 많다. 유튜브 등에는 현금성 지원을 잘 받을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감염 위험도 큰데, 조금 부족하더라도 현금 지원을 받고 집에서 쉬라”는 내용이다. 정부·지자체가 나서서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

대선을 앞두고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후보들은 “연간 200만원 청년 기본 소득을 도입하겠다” “저소득층 청년에게 매월 50만원씩 8개월까지 도약 보장금을 제공하겠다”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지원은 ‘달콤한 독배’라고 경고한다. 이럴 때일수록 청년들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끊임없이 취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경제적 원조는 구직 의욕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후보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다만 “일 배우라”는 요구보다는 “현금 주겠다”는 공약이 선거에서 먹힌다는 판단일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998년 외환 위기 당시 구직 활동을 포기했던 청년들의 이후 22년을 분석한 연구 자료를 최근 발표했다. 당시 취업을 포기했던 청년들의 22년간 평균 취업 비율은 43.4%로, 구직 활동을 한 청년층 취업 비율(74%)보다 30%포인트 이상 낮았다. 취업했더라도 저임금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평소라면 청년기의 니트 경험이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수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이 충격이 큰 시기에 일을 하지 않는다면 생애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들이 퍼 주는 현금성 지원에 만족하고 일하지 않는다면, 22년 뒤 어떤 상황에 부닥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정치인들이 22년 뒤 중년이 된 청년들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