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3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컬링센터에서 연습하는 '팀킴'(왼쪽부터) 김은정, 김초희,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선수./김동환 기자

동계 스포츠 컬링 남녀 국가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집에서 훈련 중이다. 얼음판이 없으니 사실상 넉 달째 제대로 된 훈련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컬링 여자 국가대표는 ‘영미야!’라는 구호로 유명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 킴’(Team Kim)이다. 이들은 현재 컬링 세계 랭킹 2위다. 남자 국가대표도 세계 8위로 만만찮은 실력을 지녔다.

지구에서 컬링 잘하기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이 남녀 대표팀은 지금 어이없게도 ‘홈트(홈트레이닝)’ 중이다. 두 팀은 소속 팀이 없다. 말하자면 ‘동호회 팀’과 지위가 같다. 현재 동호회 팀들은 코로나 감염 우려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빙상장을 사용하지 못한다. 지자체 규칙이 그렇다. 이럴 때 지자체와 계약을 하고 국가대표가 빙상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연맹이다. 이런 지원이 모든 스포츠 종목 연맹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수년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연맹 내부의 밥그릇 싸움에 바쁘기 때문이다. 컬링연맹은 2019년 8월 새로 취임한 김재홍 회장이 임기 내내 갑질, 채용 비리, 국고보조금 위법 사용 의혹을 받다 약 1년 뒤 사퇴했다. 수차례 회장대행을 거친 끝에 지난달 14일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당선됐다. 하지만 연맹에서 ‘당선 무효’를 공지받았고, 18일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 승인을 받아 대의원 총회를 기다리고 있다. 2년 동안 연맹 회장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등 ‘난장판’이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밥그릇 다투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입었다. 남자 국가대표는 현재 감독조차 없다. 연맹이 뒤늦게 지도자 모집 공고를 냈지만, 감독을 제대로 선임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4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에 감독 없이 출전할 수도 있다. 경기도컬링연맹 선수들은 “태극기를 시상대 맨 위로 올리겠다는 목표마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사정의 ‘팀 킴’ 주장 김은정도 “막중한 책임감이 있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낙담하고 있다고 한다. 컬링 연맹은 지난 설날 전쯤 긴급하게 이사회를 열었다. 컬링계에서는 국가대표 지원 관련인지 기대를 걸었지만, 회장 당선 무효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마쳤다.

컬링은 평창올림픽을 앞둔 지난 2017년에도 회장직을 둘러싼 파벌 싸움으로 시끄러웠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연맹을 관리 단체로 지정하고 모든 권한을 빼앗아버렸다. 그리고 그다음 해 ‘팀 킴’은 평창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류 선수들을 ‘4류’ 단체에 맡기느니 차라리 없는 채로 대회에 임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