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국회 앞에서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해법을 반대하는 '비상시국선언' 행사가 열렸다. /뉴스1

지난주 외교부 간부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반대해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징용 피해자 양금덕·이춘식씨의 자택을 찾았다. 만남이 불발되자 “허락해주시면 찾아뵙고 설명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메모와 홍삼 선물을 1층 경비실에 맡겼다.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 단체가 여기에 발끈했다. “사전에 면담을 거절했는데도 무례를 범했다”는 것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은 “대낮에 불쑥 고령의 피해자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무슨 행패냐”며 “몰상식한 행위”라고 했다.

“치졸한 짓을 멈추라”던 이 이사장이 최근 2억원이 조금 넘는 판결금을 수령한 한 징용 피해자 유족에게 전화하고, 자택까지 찾아가 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년 전 피해자와 맺은 약정에 따라 판결금의 20%를 달라고 독촉한 것이다. 약정의 존재를 몰랐던 유족들이 반발하자 원 단위까지 금액이 기재된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이 “정부 해법에 반대하며 돈을 받지 말라고 주장할 땐 언제고...”라며 시민 단체 측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외교부의 피해자 면담 시도에 대해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일에 대리인, 지원 단체, 가족이 배석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자신들을 ‘패싱’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족들은 11년 전 이 단체가 피해자들과 약정을 체결할 때는 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냐고 묻고 있다. 한 유족은 “약정서 원본을 받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며 “90줄에 접어든 노인들을 불러 지장(指章)까지 찍는데 자식들은 까맣게 몰랐다”고 했다.

이 단체가 재판 초기부터 관여하며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 표현대로 ‘치졸하고 몰상식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만남을 독촉하고 ‘계산’을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과거사를 이용한 비즈니스’라는 비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단체는 여론이 악화하자 “유족들이 고인의 유지를 따를 것인지 여부는 그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