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향한 병역 혜택 논의가 정치적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정작 멤버들은 때가 되면 군대에 가겠다는 입장이다. /박상훈 기자

국가의 근간과 직결된 문제를 속도전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에는 속셈이 존재하고, 반드시 논란을 낳는다.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더불어민주당)은 4일 오전 ‘대중문화예술인 예술요원 편입제도’ 신설 필요성을 촉구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틀 전만 해도 일정에 없던 일종의 긴급 브리핑이었다. 차기 장관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도 사실상 성사돼 곧 짐을 싸야 할 장관이 때아닌 여론전 선봉에 선 것이다. 출입 기자들은 이 황당 회견 참석을 거부했고, 썰렁한 발표장에서 황 장관은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정작 내용은 새로울 게 없었다. 국위선양한 연예인들에게 군 면제에 준하는 혜택을 주기 위한 병역법 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되풀이로 ‘BTS(방탄소년단) 특례법’ 재촉이었다. 이들의 입대가 “전 인류의 문화적 손실”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공정과 평등이라는 가장 본질적 가치와 직결돼 국방부조차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숙의를 요구한 첨예한 이슈를 임기 막판에 꺼내 다시 불을 지른 것이다. 황 장관의 임기는 이날을 기점으로 5일 남은 상태다.

4일 출입 기자들 대부분이 참석을 거부해 썰렁한 기자회견 장소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맨쇼는 협치 정신에 위배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처 수장으로서 더는 책임질 수 없는 날 선 쟁점을 꺼내 들어 차기 리더십 운영에 큰 부담을 떠안겼기 때문이다.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가는 본인의 각광을 위해 이슈를 볼모로 잡은 거라면 이 또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는 “20대 청년들에게 호소드린다”고 했다. 감성에 호소할 일이 아니다. 징병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병역 특례 존속 자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분하다. 오죽하면 이번 논의가 BTS의 각종 외교 행사 찬조에 대한 보은(報恩) 아니냐는 수군거림까지 나온다. BTS에게도 결코 이로운 소문이 아니다.

정권 소멸 직전, 국민적 반발을 무릅쓴 ‘방탄법’이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 물러난 이들은 책임지지 않고, 후폭풍은 언제나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