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제 학술지에 국내 연세대 연구진이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쇠고기 쌀 종자를 길러서 재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수확한 쌀을 지지체로 이용해서 소 골격근과 지방 줄기세포를 배양한 쌀이다. 스테이크나 닭 가슴살, 치킨 너겟 등 기존 육류나 육류 요리와 동일한 형태를 구현하는 배양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식품이다.

집약식 축산업 대신 건강한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에 비하면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나사(NASA)에서는 이미 2002년에 식용 근육세포 배양 연구를 지원한 바 있고,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와 이트저스트(EAT JUST) 등 여러 기업이 상용화를 목표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식물성 재료로 육류를 흉내 내는 대체육에 비하면 ‘진짜 고기’라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채식으로 전환하지 않고도 대규모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기능성 쌀도 나름의 발전을 거듭하는 영역이다. 티아민이나 엽산 등을 코팅한 영양소 강화 쌀, 당뇨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주입한 당뇨용 기능성 쌀 등은 물론 배양육 쌀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버섯쌀도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탈곡한 벼에 배양육 세포처럼 노루궁뎅이버섯이나 상황버섯 등의 균사체를 주입해서, 말하자면 쌀에서 버섯이 자라도록 하여 먹는 것이다. 마치 발아 현미나 새싹 채소처럼 종자를 발아시켜 먹는다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그 싹이 쌀이 아닌 셈이다.

먼 훗날 인류가 발전을 거듭하면 언젠가 밥이 아닌 알약 한 알만으로 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SF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다. 한 그릇으로 모든 영양소 섭취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능성 쌀을 보면, 식사 대용 알약에 대한 갈망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생산 과정에 대한 거부감 극복, 식감의 개선 등 대중성을 갖추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간편하면서도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일거양득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널리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