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을 더욱 즐겁고 다채롭게, 훨씬 건강하게 영위하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주된 업무이자 목표이지만 정작 내 밥을 챙기는 일은 간절하게 외주를 주고 싶다. 먹는 시간은 어찌나 때가 되면 돌아오는지, 일상은 똑같이 반복되는데 매일 겹치지 않는 식단을 생각하는 것은 수시로 지겨워진다.

누가 밥 스케줄을 짜주면 좋겠다. 나도 비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2022년 등장한 챗GPT일 것이다.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요리 업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벌써 AI와 함께 저술한 요리 책이 등장하기도 했다. 내가 제일 먼저 챗GPT를 테스트한 방법도 ‘초콜릿 칩 쿠키를 쫀득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확하게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챗봇의 기능에 꽤 놀랐고, 없는 정보도 사실인 것처럼 늘어놓는 행태에 더 놀랐다. 만일 전혀 모르는 요리에 대해 챗GPT만으로 공부하려면 상당한 오류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테스트 결과 AI에 확실하게 ‘외주’를 줄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식단 짜기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 목록을 주고 일주일간의 저녁 식단을 달라고 하면 나름 다양한 조리법으로 정리해준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식단 비서로서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식재료로 구성된 일주일 저녁 한식 식단을 짜 달라고 하면 당뇨를 고려한 한식 식단을 제안한다. 근육을 키우는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을 요청하면 다양한 단백질로 구성된 식단과 함께 수분 섭취와 운동을 제안한다. 회사에 있는 사이 슬로 쿠커로 완성되는 요리로 짜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짜준 식단을 더욱 건강하게 혹은 조리 시간을 짧게 하거나 비건(채식) 혹은 케토(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도 가능하다. 아침엔 지중해식 식단, 오후엔 고단백 간식 식단을 요청해도 좋다.

물론 이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요구할수록 정확해지고 당뇨나 채식 식단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검증 가능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중요하지만 스스로 챙기기 버거운 일상의 짐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는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