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카페가 문을 닫았다. 평소처럼 산책길에 들러보니 아예 다른 업종의 가게가 입점해 있었다. 단골 카페가 문을 닫음으로써 수도권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우리 동네에 휠체어를 타는 내가 혼자 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카페나 식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대학이 있고 1호선 전철역도 있어서 인근에 영업 중인 카페나 식당이 수십 군데는 되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곳은 그 집 하나뿐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장애를 실감했던 순간은 마비되어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두 다리를 만져보았을 때도, 살을 태우는 듯한 통증에 압도당했을 때도 아니었다. 늘 다니던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10센티미터도 안 될 낮은 턱에 걸려 휠체어가 뒤집혔을 때, 그리고 습관처럼 들르던 단골 가게 입구에 경사로가 없어 그대로 돌아서야 했을 때였다. 그 순간 나는 이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해오던 일상 속 많은 일을 더는 제대로 해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절감해야 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휠체어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인도다. 그에 비해 카페나 식당에 진입할 수 없는 점은 서운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작은 불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깨지고 꺼져서 울퉁불퉁해진 보도블록과 경계석의 턱들 때문에 전철역으로 가는 도로의 인도는 아예 휠체어가 다닐 수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덕분에 전철을 타거나 전철역 건너편에 있는 근린공원에 산책이라도 가려면 울퉁불퉁한 인도 대신 차들이 내달리는 도로 위로 휠체어를 달릴 수밖에 없었다. 걷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불편에 지나지 않는 일도 보행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세상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얼마 전 아파트 앞 인도가 새 단장을 하면서 경계석의 턱들이 사라진 것처럼 엉망으로 망가진 채 방치되고 있는 구시가지의 다른 곳들도 차츰 개선되어갈 것이다. 그러니 적당한 경사도의 경사로를 설치하는 예쁜 카페나 식당들도 속속 생겨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