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서울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하자센터)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하자센터는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직업을 탐색하는 진로 플랫폼이다.

하자센터와 일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일을 대하는 자세다. 하자센터에선 모든 사람의 의견을 천천히 듣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서로 소개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면 어떨까요?” “캠프가 끝난 후 청소년들이 자신이 어떤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사명선언문을 작성하고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진심을 담아 서로에게 묻는다.

3주에 한 번 있는 회의는 휴식처럼 느껴졌다. 청소년들 이야기를 매번 듣고 피드백을 받으며 콘텐츠가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참석자 모두가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진심으로 이 프로젝트를 ‘애정’한다. 과정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쏟는다. 업무를 위한 회의인데 마음 챙김 수업을 들은 느낌이다. 새삼 깨달았다. ‘과정을 즐기면서 일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것이었지.’

실리콘밸리 문화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특히 일단 해보자는 정신이 있기 때문에 사내 구호에도 민첩성을 강조한 ‘Move Fast’가 들어갈 정도다. 좋은 생각이 있다면 빨리 테스트해보고 안 되면 미련 없이 그만둔다.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게 우리 회사를 비롯해 이곳 기업들이 성장하고 성공한 방식이다. 초집중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든다. 효율의 표본일 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다음 태스크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회의실로 걸어가면서 이미 내 마음은 다른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하자센터에서 오히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바쁨에 나를 묻었구나. 성과만 생각하다가 과정의 즐거움을 잊었구나. 하자센터 분들은 오히려 인스타그램이랑 일하니 경쾌한 리듬감이 느껴져 좋다고 한다. 우리의 빠름도 긍정적으로 봐주는 것이 고맙다. 얼마 전 회사에서 모든 회의를 정각이 아닌 5분 후에 시작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고맙게도 우리 모두에게 5분의 쉼을 선물한 것이다. 속도가 다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주어진 5분 동안 깊은 숨을 쉬어야지. 눈을 감고 한숨을 돌려야지. 여유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과정의 기쁨을 다시 선사할 것이다. 다음 회의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