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1일사일언

서른 살이 된 뒤, 나는 총 여섯 번 집을 옮겼다. 그때마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짐을 정리하는데, 내가 하는 일은 주로 버리는 거다. 옷, 그릇, 책을 비롯해 언제 산 건지 기억나지 않는 자질구레한 물건까지. 버려야 할 물건은 100리터 쓰레기봉투 한 장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많다.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오는 길에는 늘 다짐한다. 앞으로는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다짐이 무용하다는 건, 2년 뒤 이사할 때야 깨닫는다. 또다시 비슷한 양의 쓰레기를 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죄책감이 곱절로 커졌다는 점이다.

사사키 후미오(편집자이자 미니멀리스트)는 저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비즈니스북스·2015)에서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미니멀리스트라고 했다. 내가 매번 비슷한 양의 쓰레기를 버리는 건, 물건을 살 때 쓰임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살 때는 분명 필요한 물건이,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쓸모를 다한단 말인가.

소비 패턴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물건을 사면서 느끼는 순간적인 기쁨에 도취되었던 것 같다. 립스틱, 텀블러, 볼펜, 노트 같은 물건들이 넘쳐나지만, 새로운 디자인이 출시되면 꼭 사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 의무감의 실체는 허상일 때가 많았다. 사는 순간 느끼는 기쁨에 중독된 나머지, 그 물건이 필요하다고 착각한 것뿐이었다. 역설적으로 정말 필요한 물건을 살 때는 그런 기쁨을 느낀 적이 별로 없다. 세탁 세제를 사면서 설렘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요즘 들어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대체할 물건을 이미 가졌는지 숙고하는데, 그런 방식은 소비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편이다. 물론 아직도 소비가 안겨주는 설렘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노력해볼 생각이다. 건강한 소비에도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지영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