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한상엽

테니스를 시작한 지 오개월이 넘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네가 운동을, 그것도 공놀이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이다. 그것도 꽤나 열심히 하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실외에서, 눈이나 비가 오면 실내에서. 라켓의 정중앙, ‘스위트 스폿’에 맞아 퐁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공이 날아가면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단순한 행위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니, 어찌 보면 인간은 참 단순한 동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오늘 아침에도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고 왔다.

테니스를 치면서 알게 되었다. 테니스 실력이 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하나 있다는 것을. 물론 연습도, 자세도, 장비도 다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관용’이다. 알다시피 테니스는 두 사람이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니까. 레슨만 받으며 코치가 던져주는 쉬운 공만 치다가 처음 게임에 임하는 초보자들은 어김없이 민폐를 끼치게 된다. 테니스를 치러 왔는지 똥강아지 훈련을 하러 온 것인지, 이리저리 튀어나가는 공을 줍느라 바쁘고 점수 계산도 자꾸 잊어버려 누군가 옆에서 점수를 크게 외쳐 주어야 한다. 게임을 시작하며 공을 처음으로 상대방에게 넘기는 ‘서브’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예 게임이 시작도 안 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미안함과 민망함에 속이 타들어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운동도 얼마 안 했는데 흐르는 이 땀은 식은땀이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테니스를 치는 모두가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초보자 시절은 있었을 테니까. 윔블던에 출전하는 테니스 선수도, 유튜브에서 보는 테니스 고수들도 다들 사과를 연발하며 공을 주우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꼴을 묵묵히 지켜보아 준 네트 너머 상대방의 관용이 있었기에 그들은 발전할 수 있었다. 치기 쉽게 공을 던져주고, 점수를 계산해 외쳐주고, 게임 매너를 알려 준 수많은 사람이.

내일도 새벽에 테니스를 치기로 되어 있다. 아직은 원활하게 게임을 할 실력이 아니지만, 그 관용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관용을 되돌려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바깥에서 운동을 하기엔 추운 날씨지만, 마음만은 훈훈한 건 아마 열심히 뛰어다녔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