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도 스타 기질이 있는지 한번 오디션 봐주실 수 있나요?”

음반 제작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자주 듣는 질문이다. 책상·의자 같은 사무용품밖에 없는 삭막한 우리 사무실에도 그동안 수많은 젊은 재능꾼이 다녀갔다. 좁은 사무실에서 노래와 랩, 심지어 브레이크 댄스까지 보여주었다. 전국을 휩쓰는 스타 발굴 열풍이 장르 음악 음반을 주로 다뤄온 나한테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2016년 무렵까지만 해도 음반 업계 ‘취준생’(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음반 제작자의 대표적 기획 업무인 이른바 ‘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A&R)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A&R은 말 그대로 음악인(Artits)을 발굴해 콘텐츠 레퍼토리(Repertories)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통칭하는 말이다. 원래는 꽤 낯선 용어인데, 최근 부쩍 많이 쓰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국 K팝 그룹들이 전 세계에서 거둔 성공의 효과일 것이다.

좀 쉽게 설명하면, A&R은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MC 유재석이 ‘유팔봉’이란 부캐릭터로 변신해 ‘싹쓰리’ ‘MSG워너비’ 등의 멤버를 모으고, 이 그룹들의 콘셉트를 기획하는 전 과정이 A&R의 일이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마크 러팔로, 아니면 한국 영화 ‘복면달호’에서 임채무 배우가 맡았던 역할이기도 한데, 이들의 활동은 음반 회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오랜 기간 선망했던 해외 A&R 매니저 존 칼로드너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애틀랜틱, 콜롬비아 그리고 게펜 등 수많은 레코드사(社)에서 AC/DC, 포리너, 에어로스미스, 산타나, 시카고, 필 콜린스, 셰어, 토토 등 수많은 스타 아티스트 계약을 성사시킨 당사자. 그는 “A&R 매니저의 가장 큰 덕목은 뮤지션 주변에서 모두 ‘네(Yes)’라고 할 때, 혼자 ‘아니요(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판단력”이라고 했다. ‘이 곡이 뜨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자신의 직감을 믿고 밀어부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브릿팝의 전성기인 1990년대 음반 기획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다룬 넷플릭스 영화 ‘킬 유어 프렌즈’에서 주인공 배우 니컬러스 홀트는 “미시시피 늪에서 빠져나온 노동자들이 블루스를 부르던 순간부터 우리는 A&R로서 일하고 있어”라고 독백한다. 블루스가 대변하는 대중음악의 탄생과 함께 A&R이 존재해왔다는, 우리 직업군(群)에 대한 최고 찬사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