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해 있는 한 카카오톡 단체방에 요즘 정신 건강 및 심리 상담 프로그램 관련 영상이 거의 매주 올라온다. 그럴 때면 ‘이거 너 아니야?’ ‘완전 내 얘기인 듯’ 같은 다양한 반응이 뒤따른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특성과 취약점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내가 주목한 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주제가 널을 뛰고 여러 영상을 동시에 보는 습관이 ADHD 증상이란 말을 들어 평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ADHD 증상과 유사한 점을 내게서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 ADHD에 근접할 뿐 그에 속하진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전문가의 진단이 아니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친구는 자신에 대해 강박증을 의심하고 있었고, 어떤 친구는 쉽게 우울감에 빠지는 성향을 걱정했다. 또 다른 친구는 항상 기분이 들떠 지내는 자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했다. 이쯤 되니 이 사회에 완전한 표준 인간이란 없고, 우리는 모두 표준에서 어딘가로 살짝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합당한 것 같았다.

최근 정신 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와 수용도가 전과 다르게 높아졌다.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그동안 ‘단점’이라고 치부했던 자신의 ‘약점’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나로서는 소화기 질환이나 무릎 관절 외에도 챙겨야 할 것이 또 하나 생긴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그러면서도 그 중요성에 관해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인 성향 외에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안 그런 척’을 강요당해 왔는가. 그런 이들에게는 조금씩 나를 꺼내 보이는 이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직장에 병가를 내고 “오늘 센터 예약일이라서요”라고 말하면 “오늘인가? 나도 모레 가는데”란 대답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오는 사회를…. 아마도 그건 아픈 사회가 아니라 더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김다혜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5월 일사일언은 김다혜씨를 비롯해 손장원 ‘건축가의 엽서’ 저자·인천재능대 교수,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방호정 작가, 박솔 밴드 ’솔루션스’ 보컬이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