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을 뒤진다. 클랐다(‘큰일 났다’의 경상도식 사투리 발음). 다시 돌아가야 한다. 길 나서면 지갑과 더불어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 길도 찾고 음악도 듣고 독서도 하고 메모도 하고, 있어야 한다. 전화 오겠다고 예약받은 것도 아닌데도 수시로 찾게 된다. 요즘은 스마트 시대다. 어딜 가더라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간만 나면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 보면 서나 앉으나 모두 들여다보거나 음악을 듣고 있다. 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던 어머님이 누차 사용 방법을 가르쳐 드려도 모르시면서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니는데 나는 개나 소보다 못하냐” 하셨다.

어느 종교가 이만큼 숭배를 받을까 싶다. 요즘 스마트폰은 마술 기계 수준이다. TV와 신문 대신 모든 미디어의 창구가 되었고 온라인뱅킹을 하고 물건을 사고팔고 예약, 주문하고 실시간 업그레이드된 길안내를 해 준다. 집이나 직장에서 실시간 cctv도 볼 수 있다. 스케줄이 관리되고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느낀다. 밥은 굶어도 들고 다녀야 한다. 대다수 인구가 스마트 폰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을 ‘포노 사피엔스'라고 한다나. 2020년 현재 세계의 성인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사용자의 80%가 기상 후 15분 내에 확인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성인 3분의 1이 섹스를 포기하고 45%는 휴가를, 30%는 친구를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선택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마주 보고 앉아서도 폰을 통해 소통을 한단다.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로 얼굴 보면 된다. 세상 좋아졌다고 해야 할지.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시도 때도 없이 폰만 보고 있으면 어느 부모든 불안하고 열불 터질 일이다. 전에는 줄줄 외우던 가족이나 친지의 전화번호는 거의 잊어버렸거나 외울 필요가 없다. 즉 디지털 치매가 걸리는 것이다. 폰에 의존해서 살다 보니 집중력과 창의성, 사회성과 직관 등 우뇌와 관련된 뇌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 속에 있으면서도 모니터 속에 있는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중독에 금단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다가는 인류가 기계에 지배받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지.

다시 폰을 가지러 갔다가 오느라 딸네 가는 버스를 놓쳤다. 하루에 몇 번 있지도 않는 버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