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계산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계산하기 쉽게 어떤 출판사에서 1만원짜리 책을 발행했다고 치자. 그걸 (운 좋게도) 서점과 65%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수중에 6500원의 돈이 남는다. 그 책의 제작비가 권당 1500원 정도라고 해보자. 그럼 5000원이 남았다. 저자에게 10%의 인세를 드려야 하니 이제 잔액은 4000원이다. 물류와 유통 권당 1000원 정도 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3000원이 남았다. 뭐라도 마케팅이란 것을 해야 할 테니 최소 500원은 여기에 쓴다고 하면 이제 2500원이 남는다. 여기에 경상비와 인건비는 얼마를 잡아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런 계산 안 되는 계산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좀 멀리 보고 계산을 해볼까? 기네스북에 ‘가장 오랜 기간 위기인 산업’이라는 항목이 있다면 단연 ‘출판’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가장 오랜 기간 그럭저럭 유지되는 산업’ 또한 출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출판사의 1년 매출은 많아 봐야 500억원 정도로 어지간한 중소기업의 그것에 미치지 않지만, 1년에 새로 생기는 출판사는 약 3000곳으로 어지간한 분야보다 새로 진입하는 사업체의 양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유통사나 서점이 부도나 폐업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중견 이상 출판사가 위기 끝에 망해버렸다는 뉴스는 없었다. 편집자는 박봉이고 대부분의 작가는 가난한데 출판사는 건물을 올리고 사장은 자동차를 바꾼다.

출판은 문화의 집약체이고 책은 인간의 스승이라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또한 산업의 일부임은 분명하다. 이토록 계산 안 되는 계산 안에서 무엇이 유보되고 무엇에 누수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이 산업의 근근한 유지를 위해 누가 희생되었고, 어떤 이가 과한 이득을 취했는지 직접 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계산이 필요하다. 계산이 안 되는 계산이 아니라, 투명하고 일관적인 계산 말이다. 이러한 계산만이 이 판의 선순환을 가능케 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