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팝 음악계에서 리믹스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히트곡이 하나 탄생하면 후속곡처럼 연달아 리믹스 버전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표적으로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빌보드 19주 연속 1위 곡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는 총 네 개의 리믹스 버전을 갖고 있다. 4월 23일에도 세계적인 팝 스타 위켄드(The Weeknd)가 히트곡 ‘세이브 유어 티어스(Save Your Tears)’의 리믹스 버전을 발표했다. 위켄드는 작년에 리믹스 버전만 다섯 곡을 모은 EP(Extended Play·4~8곡 정도 수록된 약식 음반)를 발표하기도 했다.

팝 뮤지션들이 요즘 리믹스에 열심인 이유는 빌보드가 원곡과 리믹스를 합산해 순위를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곡에 리믹스 버전이 세 개 있다면, 원곡 포함 네 버전의 성적이 한 곡으로 합산한다. 치열한 차트 레이스에서 여러 개의 엔진을 달고 달릴 수 있는 셈이다.

목적이 차트 상승에 있기 때문에 리믹스의 양상도 이에 따라 변하고 있다. 팬이 많은 스타를 참여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이번 위켄드의 리믹스에도 세계적인 팝 스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 참여했다. 편곡 부분에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고 그란데와의 듀엣 버전으로 변한 게 핵심이다. 그란데는 최근 3년 동안 첫 주에 1위에 오른 곡이 다섯 개나 된다. 일단 나오면 듣는 팬들이 엄청 많아진다는 뜻이다.

올해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한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의 ‘세비지(Savage)’도 비욘세(Beyonce) 리믹스 이후 빌보드 2위로 치솟았다. 원래 순위는 14위였지만 세기의 스타가 참여하자 가파르게 상승했다. 작년의 아이콘 중 한 명인 도자 캣(Doja Cat)의 ‘세이 소(Say So)’도 세계적인 스타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리믹스에 참여한 뒤 1위에 올랐다. 그 밖에도 더 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한때 리믹스는 ‘새로운 해석’의 맥락으로 제작되었다. 같은 노래라도 다른 작곡가의 손에서 재탄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분야였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차트 상승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것 같다. 음악적 차별화 없이 스타만 등장한 리믹스가 나올 땐 특히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