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 성사 과정에서 막후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함께 언론 인터뷰를 했다. 함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임 교수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했다.

인터뷰를 보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불편해할 사람을 총리에 기용하지 않겠다” “회담이 잘되면 골프 회동과 부부 동반 모임도 갖자”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공식 기구와 참모들 외에 다른 비공식 라인도 활용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회담은 비서실 같은 공식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차기 대선 경쟁자가 될 인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인터뷰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은 별도로 반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일부 지지자들은 당 게시판에 “대국민 사과에 인색했던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는 너무 굴욕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이 일부 같은 당 사람들을 대했던 적대적 태도와도 너무 다르다. 무엇이 진짜 대통령의 모습인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담, 그리고 대통령의 정치 활동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이 맡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들은 국회의 여야 대표 사무실에 수시로 출입하며 대통령의 뜻을 정치권에 전하고, 여당과 야당이 가려워하는 곳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싸우던 여야가 어느 날 극적으로 정치적 타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은 사실상 정지됐다.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이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야당 대표와 만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비공식 라인까지 가동됐다 해도 꼭 탓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대통령실 내부 비선 라인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터여서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에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처럼 회담의 협상 과정을 공개하거나 자신들의 역할을 부풀려 자찬하는 일도 벌어진다. 모두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