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종료된 10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 천마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장에서 개표사무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수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나온 무효표가 130만9931표로 전체의 4.4%에 달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비례대표 2석을 얻어 제4당이 된 개혁신당의 득표율이 3.6%였다. “무효당이 제4당”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효표는 단순 오기(誤記)일 수도 있지만 상당 부분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몰랐거나, 아무도 찍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

비례대표 무효표 비율은 18~20대 총선에서 각각 1.6%, 2.2%, 2.7% 수준이던 것이 현행 선거법이 적용된 21대 총선 때 4.2%로 뛰었다. 이 선거법의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원들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누더기 내용이다. 전 국민 중에 이 제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떴다방’식 위성정당의 난립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이 위성정당은 기존 민주당, 국민의힘 등의 이름을 쓸 수 없어 그와 비슷한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현장에서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당황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총선엔 35개 위성 비례정당이 나와 투표용지 길이가 48㎝였다. 이번엔 38개 정당이 난립해 51.7㎝였다. 1% 이상 득표한 당은 7개뿐이었다. 21개 정당은 득표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제의 선거법은 민주당이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군소 정당들과 강행 처리한 것이다. 공수처를 만들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다. 군소 정당들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멀쩡한 선거법을 뜯어고쳐 준연동형을 도입했다. 그렇게 도입한 공수처는 세금만 쓰며 하는 일 없는 기관이 됐고, 그런 선거법을 주장한 정의당은 존재도 없어지다시피 했다. 위성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꿔주기’도 횡행하고 있다.

윤미향, 최강욱, 김의겸, 양이원영, 김홍걸 등 21대 국회에서 각종 논란을 일으킨 의원 상당수가 비례 위성 정당 출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12명 중 최소 5명이 전과자 또는 피의자·피고인이다. 종북 논란을 빚은 진보당 출신 2명도 위성정당으로 당선됐다. 이 선거법은 이번 총선이 마지막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