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3명이 1심에서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기소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그동안 위헌 심판 신청, 5차례 법관 기피 신청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1심 재판을 지연해 왔다. 그러다 최근 재판부가 5번째 법관 기피 신청을 바로 기각하고 선고한 것이다. 중형을 선고하긴 했지만 너무 늦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2017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뒤 지하 조직을 결성해 지령문과 공작금 2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이들이 민중당 권리 당원 명부를 수집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면담한 내용을 북한에 보고한 것 등은 국가 기밀로 보기 어렵다며 간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북한을 위해 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행위 자체가 심각하다. 이것이 간첩 행위가 아니라고 한다면 법률상 허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간첩 피고인들의 재판 농락이다.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은 집중 심리 등을 통해 1심 구속 기한인 6개월 안에 1심 재판을 마치는 게 상식이다. 그래야 피고인들이 재판 도중 풀려나 국가 안보를 해치거나 증거를 없애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간첩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법관 기피 신청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 제주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재판 한번 안 받고 다 석방됐다. 이것은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다. 판사들이 재판 농락을 위한 각종 행위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재판도 형식적으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사건 재판장은 1심 판결 선고 전 이례적으로 재판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사건들도 함께 재판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판사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국회가 법을 개정해 1심 구속 재판 기한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2013년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사건은 1심 유죄 선고가 5개월 만에 나왔다. 당시 재판장은 일주일에 네 차례씩 공판을 진행했고, 변호인이나 검사가 공판과 관련 없는 발언을 하면 강력히 제지했다. 판사 증원이나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판사들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