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40여 일 만에 파장 분위기로 가고 있다.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공천관리위원장에 인요한 위원장 임명’에 대한 답변을 오늘까지 달라고 최후 통첩했지만, 당 지도부는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한다. 혁신위도 “다시 모일 일 없다”며 다음 회의 날짜를 잡지 않았다. 혁신위는 희생, 통합, 다양성을 목표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이룬 것은 없고 집안싸움만 남았다.

각 정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지도부가 책임 회피용으로 내밀곤 했던 혁신위는 대부분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의 첫 혁신위원장은 과거 언행 때문에 내정 단계에서 낙마했고 두 번째 들어선 위원장은 혁신은커녕 하는 일마다 분란과 문제만 일으켰다. 그런 반면 인요한 혁신위는 오랜만에 제 구실을 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당이 왜 지금 곤경에 처했는지 원인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혁신위가 이처럼 빈손으로 물러날 처지가 된 큰 책임은 당 지도부와 친윤 핵심들에게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혁신위 출범 직후 “전권을 주겠다”고 했던 김 대표는 막상 자신의 거취를 압박받자 태도가 표변하다시피 했다. 자기와 가까운 영남 의원을 최고위원에 앉혀 비대위 가능성마저 원천 차단했다. 혁신안 6건 중 당이 수용한 것은 1건에 불과하다. 친윤 핵심이라는 사람 대부분이 희생을 거부했다. 한 의원은 지지자 수천 명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며 혁신위를 조롱했다. 말로는 윤 정권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쥐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혁신위의 요구 사항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내젓고 딴청을 부리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국민은 국가 이익이 아닌 자기들 기득권을 지키려는 무리라는 불신만 키우게 됐다.

결과적으로 혁신위 출범이 당 지도부와 친윤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 혁신위의 부담스러운 공세를 잘 방어해 냈다고 자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은 집권당과 윤석열 정부를 쓰나미처럼 덮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