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를 초월해 모인 정치인들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선거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각자 총선기획단을 발족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하는 요구다. 이들의 지적대로 지금 여야는 선거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 개정 작업을 방치하고 있다. 선거 1년 전 규칙을 정하라는 법정 시한을 이번에도 무시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민주당이 2019년 12월 21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군소 정당들과 함께 강행 처리한 것이다. 세계 민주국가에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런 무리한 일을 벌인 것은 공수처법 통과와 선거법 처리를 군소 정당들과 맞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뉴스1

이 선거법의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원들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누더기 내용이다. 가장 문제는 위성 정당이 등장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선거법을 강행한 민주당조차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심지어 제2의 위성 정당까지 생겼다. 위성 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꿔주기’까지 벌어졌다. 나라와 선거가 희화화됐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정치개혁특위는 아직도 개점 휴업 상태다. 활동 기한만 계속 연장할 뿐 실질적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선거법 개정 방향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선거법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 정의당은 녹색당, 진보당, 민노총과의 선거 연합을 위해 지도부가 사퇴했다. 여야가 밀고 당기다 현행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례 의석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대로 가면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 등이 원내에 다시 진입할지도 모른다.

억지 선거법으로 인한 해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윤미향, 최강욱, 김의겸, 양이원영, 김홍걸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 의원 상당수가 비례 위성 정당 출신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에 이 엉터리 선거법도 고치지 못하면 이들보다 더 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라까지 우습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