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월 3일 오후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글로벌 청수년 리더센터에서 폭염 대응 등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행정안전부 제공)/뉴스1

새만금 세계 잼버리는 5인 공동위원장 체제였다. 머리가 다섯 개인데, 그 머리 대부분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지도부 구성이 유례 없는 파행을 불러온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전북 새만금이 세계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2017년 8월이다. 2020년 7월에 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정옥 당시 여가부장관과 전북 전주 지역 김윤덕 국회의원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올해 2월 공동위원장이 갑자기 5명으로 늘어났다.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추가로 선임됐다. 개최지로 선정된 후 5년 반 만에, 행사 개최 6개월 전에 위원장 숫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뒤늦게 공동 위원장이 세 명이나 늘어나다 보니 지휘 체계가 서지 않고 불협화음이 생겼다고 한다. 공동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6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회의마저도 예산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고성이 오가는 언쟁으로 끝났다고 한다. 행안부 장관은 말도 안 되는 국회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이상민 장관은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잼버리 시작 1주일 전에야 장관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위원장 자리만이 아니다. 잼버리 행사가 다가오면서 위원회에 이름 하나를 걸치기 위한 자리 다툼이 치열했다고 한다. 축제 자리에 얼굴 내밀고 사진 한 장 찍어 이용하고픈 욕심이었을 것이다. 보이스카우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밀고 들어가려던 인사는 “더 이상은 만들 자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너도 나도 한자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던 사람들이 정작 일은 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자 서로 서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잼버리 행사 전까지는 마치 자신이 총책임자인 양했던 국회의원 공동위원장은 문제가 불거진 뒤엔 아예 한마디도 않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국민에겐 익숙한 행태들이다. 국제 행사를 순전히 지역 예산 따기 용으로 무책임하게 유치하고, 일단 유치하면 본행사는 뒷전이고, 공직자들은 빛나는 자리 차지하기 경쟁을 벌인다. 이들은 정작 중요한 행사 준비와 진행에는 별 관심도 없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 책임이 아니라면서 남 탓하기 바쁘다. 새만금 잼버리는 이런 악폐를 다 모아놓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