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2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매포지구대 앞에 내걸린 ‘우리 아가가 태어났어요’ 축하 현수막을 길을 지나던 주민이 반갑게 바라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

기시다 일본 총리가 13일 “미혼율 상승과 출생률 저하의 큰 요인은 젊은 세대의 소득 문제”라며 육아와 출산 등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은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0~3세 영유아는 1인당 월 1만5천엔(약 14만원), 그 뒤 고교생까지는 월 1만엔(약 9만원)을 주고 셋째 이후 아이에게는 월 3만엔(약 27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중학생까지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고교생까지로 늘리면서 부모의 소득 제한도 없앴다.

일본의 지난해 출생률은 1.26명으로 우리(0.78명)보다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젊은 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않는 한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며 과감한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 말은 일본보다 우리가 먼저 했어야 한다.

우리는 OECD 38국 중 유일하게 출생률 1명 미만인 국가다. 2018년 출생률이 1명 이하(0.98명)로 떨어진 이후 반등하기는커녕 더 하락하는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저출생은 고령화와 겹치면서 나라를 지탱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젊은이 1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하겠나. 나라가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인데도 우리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허송세월하고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대책이 올해부터 영아 수당을 올려 만 0세 아동은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은 월 35만원 지급하고, 8세 미만까지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는 정책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는 세계 최악인 저출생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2030세대가 출생·육아에 드는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줄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프랑스의 경우 자녀 수가 많을수록 비례해 소득세율을 낮춰주는 ‘N분의 N승’ 소득세 방식을 갖고 있다. 프랑스가 OECD 최상위권 출생률(1.8명)을 유지하는 비결로 꼽힌다. 우리도 이런 각종 제도를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지방교육교부금을 비롯해 방만하게 쓰이는 세금이 매년 수십조원이다.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 중인 병사 월급 인상에만 연 5조1000억원이, 부사관·장교 월급을 맞추는 데 필요한 예산까지 더하면 연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인구가 줄고 청년이 주는 것은 교육이나 안보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출생 축하금이든, 아동 수당 대폭 확대든, 자녀 출산 시 세금 감면이든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초등학생 의대반 등 상식을 넘어선 사교육 경쟁, 취업난, 주택난, 보육난 등 사회적 기초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저출생 문제로 일반의 기억에 남은 것은 담당 부위원장이 정치 문제로 물러난 것밖에 없다. 이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