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전남 고흥군에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 최근 호남 지역에 태양광이 급증하면서 이달부터 과잉 전력 생산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한 조치로 태양광 전력의 공급을 끊는 출력 제한이 시행될 전망이다. /김영근 기자

전력 당국이 이달부터 호남 지역을 대상으로 전력 생산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태양광 발전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 제한’ 조치를 실행하겠다고 한다. 전력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많을 경우 주파수 변화에 민감한 발전 터빈이 멈춰 서면서 광역 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태양광·풍력 설비가 급증하는 바람에 출력 제한 조치가 작년에 132회나 내려졌다. 호남 지역에 출력 제한이 취해진다면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남·북과 광주 등 호남 경우 2016년 1751MW이던 태양광 설비가 현재 9371MW로 5배 이상 늘었다. 국내 태양광의 40% 이상 차지한다. 햇볕이 강하고 토지 비용이 적게 먹혀서다. 문제는 태양광은 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봄철은 전력 수요는 많지 않은 반면, 햇빛은 좋아 태양광 발전이 증가한다. 남는 전력은 타 지역으로 보내야 하지만, 호남~수도권 송전망이 부실해 과잉 생산 전력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 송전망을 확충하려 해도 지역 주민들 반대로 여의치 않다. 전력 당국이 기대를 걸었던 전력 저장장치(ESS)도 2017~19년 잇단 화재로 최근엔 거의 신규 설치가 없는 상태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 전력 비율을 문재인 정부 시절 목표 30.2%에서 21.6%로 크게 낮춰 조정했다. 그랬어도 워낙 목표치가 높았던 탓에 향후 8년간 5300MW씩 늘려가게 된다. 게다가 태양광·풍력은 분산형인 데다가 이용률(가동률)이 워낙 낮아 원전 등 집중형 설비보다 3배 이상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전은 작년 적자 32조원에 부채는 116조원이나 쌓여 재정이 극히 부실해진 데다가, 갈수록 송전선 건설에 대한 지역 반발이 거세지면서 송배전망의 충분한 확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속속 완공되고 있는 동해안의 경우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4000MW 용량의 신규 송전망 두 개가 2021·22년 완공됐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송전선 건설에 손을 놓다시피 하는 바람에 작년 10월에야 착공됐다.

앞으로도 호남엔 태양광·풍력 설비가 대거 건설될 수밖에 없고, 동해안 쪽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본격화된다. 송전망이 대폭 보강되지 않으면 호남 태양광과 동해안 발전 설비는 지어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한국의 전력 공급 시스템이 총체적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