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선 에너지 가격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뉴스1

정부가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또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유류세 인하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사태 때 고유가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2021년 11월 석유류에 부과하는 세금을 20% 내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2022년 5월 인하 폭이 30%로 커졌고, 윤석열 정부로 바뀐 작년 7월엔 역대 최고인 37%까지 인하됐다.

올 들어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리터당 205원)로 줄었지만, 경유는 37%(리터당 212원)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한전 적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전기료를 찔끔 인상하면서 올해부터 에너지 가격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는 유류세 인하 연장 방안은 이런 방침과 반대되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전기료, 가스 요금, 기름값을 선심성 ‘정치 요금’으로 만든 탓에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인데도 세계 최상위 에너지 소비국이 됐다. GDP 한 단위 생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OECD 36국 중 4위이고, 1인당 전력 소비량은 OECD 5위다.

지난해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1908억달러에 달해 무역 적자를 사상 최대인 472억달러 낸 주요인이 됐다. 작년 3대 에너지 수입 증가액이 무역 적자 총액보다 300억달러 이상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에너지 과소비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원유 수입량이 작년 2월보다 7.4% 늘었다. 유류세를 되돌려 에너지 값을 올려야 과소비가 줄어든다. 세계 경제 침체 여파로 최근 국제 유가는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유류세를 원래대로 돌려 놓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가 5조4000억원에 이른다. 여권에선 내년 총선을 겨냥해 경기 부양과 전기료·난방비 보조금 확대 등을 명분으로 하반기에 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금은 안 들어오는데 돈을 펑펑 쓰겠다면 그게 다 빚이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포퓰리즘은 그대로다. 유류세 원상 회복 조치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세수 감소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하고, 그래서 늘어날 에너지 세금은 취약 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금을 늘리는 데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