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18~29세)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13%로 집계됐다. 대선 후 처음으로 20%선이 붕괴했다. 전체 연령대의 평균 지지율(34%)보다 20%포인트 이상 낮고, 더불어민주당 20대 지지율(27%)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작년까지만 해도 20대와 60대 이상의 탄탄한 지지 덕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긴 정당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못 돼 유독 20대의 지지가 급속히 빠지고 있다.

20대(18~29세) 지지율 추이. /자료=한국갤럽

당 지도부는 표면적으로 경제·정책적 요인을 20대 이탈의 배경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한다. ‘빚투’ ‘영끌족’ 등 고(高)물가와 고금리로 고통받는 청년 세대가 급증한 데다, 최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 등이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지지율 악화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도 20대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전당대회로 성향이 일색으로 똑같은 사람들이 지도부가 됐다. 이렇게 되면 당이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사불란’보다는 다양성과 활발한 당내 논쟁이 더 많은 지지를 모을 수 있는 것이 정치이고 선거다. 일사불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역대 선거에서 예외 없이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젊은 층은 일사불란과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등 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젊은 후보들은 전멸했다. 경선 과정과 당선 연설에서 ‘연포탕’이라며 연대, 포용, 탕평을 그토록 강조하던 김기현 대표는 막상 경선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연포탕 약속을 저버리고 정반대 독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젊은 층이 호감을 느끼겠나.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는 정당이고 미래가 없는 정당은 결국 쇠락하게 돼 있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젊은 후보들을 파격적으로 공천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또 한번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