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2.11.14/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방일을 하루 앞둔 15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분야가 매우 많다”며 반도체, 우주 과학기술, 첨단 바이오 산업을 대표적 협력 분야로 꼽았다. 이어 “한국의 디지털 분야 역량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에 관한 매우 정밀한 역량을 합치면 양국이 제3국에 공동 진출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일은 5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 역시 한국 시장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일본 소재·부품·장비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반도체뿐이 아니다. 석유제품·철강·정밀화학 등 주요 업종에서 양국 기업들은 여전히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한국 수출이 늘면 대일 수입이 늘고, 한국 수출이 줄면 대일 수입도 준다. 일본과 경제 마찰을 겪은 이후 대일 수입이 준 것은 한국의 전체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한일 경제협력의 틀이 전 정부 시절 갈등으로 크게 흔들렸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절반 가까이 철수했다. 지난 3~4년간 한일이 경쟁적으로 자해극을 벌인 것이다.

미·중의 첨예한 전략 경쟁과 더불어 급속히 진행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한일의 경제협력 복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문제다.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 부담을 무릅쓰고 징용 문제 해법을 선(先)제시한 것은 이런 경제적 이유도 크다. 일본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매듭을 다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