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근로자 모습. 2021.7.8/뉴스1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기술직 신입 사원 400명 공채에 서류 접수자만 18만여 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대략 450대1의 경쟁률이다. 접수 첫날부터 2만명 넘게 몰려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응시자 중엔 대졸 사무직이며 교사, 공기업 직원, 7~9급 공무원들까지 있다고 한다. 현대차 수험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현차 고시’ ‘킹산직(왕 생산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중소기업 등 제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데 현대차 생산직만 이토록 사람이 몰린 것은 노동시장의 극심한 이중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이 12%이고, 나머지 88%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직원이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이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임금 높고 고용이 보장되는 현대차 생산직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강성 노조 덕에 현대차 생산직은 성과에 상관없이 때 되면 꼬박꼬박 임금 오르고 상여금도 두둑한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현대차 생산직의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생산성은 현저히 낮다.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이 현대차 국내 공장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보다 두 배 길다. 일본 자동차 회사 노조는 스스로 성과급제 도입을 요청하는데 현대차 노조는 거꾸로 호봉제 강화를 요구한다. 일은 적게 해도 돈은 많이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킹산직’이다.

현대차가 10년 만에 생산직을, 그나마 겨우 400명 뽑는다는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노조 탓에 청년 신규 채용을 못 하는 것이다. 대형 귀족 노조의 기득권을 줄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은 일손이 없어 쩔쩔매는데 강성 노조가 보호막을 쳐놓은 철밥통 일자리에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병리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