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IM\100MEDIA\DJI_0347.JPG 2018년 3월 13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오른쪽 건물이 국민연금공단, 왼쪽이 기금운용본부 건물이다. /김영근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수익률이 -8.22%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래 가장 낮았다. 작년 1년 새 79조6000억원이 날아가 적립금이 900조원이 못 되는 890조5000억원이다. 물론 이 돈은 금융시장이 회복되면 복구도 가능하다.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돼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더 나쁜 해외 연기금들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900조원 국민 노후 자금을 지금 이대로 굴려서 되겠는가라는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7%로,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에 뒤진다. 세계 최고 투자 전문가들을 모셔와서 국민연금기금을 잘 굴려 수익률을 1%포인트라도 높인다면 그만큼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어 나라 전체에 도움 된다.

그러나 우리 연금 기금은 이런 금융시장 논리와 동떨어져 있다. 2017년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한 것부터가 황당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뤄졌다. 900조원의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를 유치하면 지역에 뭔가 엄청난 혜택이 돌아갈 것처럼 정치인들이 부풀렸다. 기금 운용직은 국내외 금융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깊이 있게 투자 동향도 파악하고 투자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금융 중심지인 서울과 멀리 떨어져서는 인재 영입도, 정보 수집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력 있는 투자 전문가를 채용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작년 4분기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은 319명으로 정원의 84%에 불과하다. 2021년 말보다도 줄었다.

국민연금 운용 방침을 최종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단 한 명의 투자 전문가도 없이 금융 문외한들로만 채워져 있다. 위원회 20명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이사장 등 정부 대표와 시민 단체, 노조·사용자 대표 등이 참여한다. 정권마다 대놓고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 김성주 전 이사장의 경우,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주에서 20대 총선에 낙선하자 이사장으로 기용됐다. 이런 황당한 운용 및 지배 구조를 유지하면서 운용 실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