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가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2013년 7월 15일 경기도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당시 정순신 부장검사가 사건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경찰청장이 정순신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추천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실과 의견 교환을 통해 추천했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정 변호사를 추천했다는 뜻이다. 윤 청장은 “인사 검증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과 검증 결과에 따랐는데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 폭력이 드러나 하루 만에 사퇴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인사 추천 총괄 책임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이다. 복 기획관은 대검찰청 사무국장, 이 비서관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추천된 인사를 1차 검증하는 곳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인데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장관이 관할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결과를 기초로 2차 검증을 한다. 이 역시 검사 출신인 이시원 비서관이 맡고 있다. ‘인사 추천→1차 검증→2차 검증’의 인사 전 과정을 검사나 검찰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 사달이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 변호사는 검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고, 한동훈 법무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통령, 법무장관, 검찰총장, 국가수사본부장이 이렇게 일색으로 모여있어도 괜찮은가.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이 TV에 보도까지 된 정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를 정말 몰랐나.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의식 없이 인사를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있다. 추천과 검증하는 사람들 모두가 검사 한 식구들이기 때문에 이 인사에 문제의식이 생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인사 검증 실패로 4명의 장관급이 인사청문회도 못 하고 낙마했다. 출범 100일을 넘기고도 고위직 여러 자리가 공석이었다. 검찰 출신이 너무 많고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중용된다는 지적을 들었다. 부실 검증도 비판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재발을 막으려면 검찰 출신이 인사를 독점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 인사 추천도 검증도 정상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