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정순신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추천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실과 의견 교환을 통해 추천했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정 변호사를 추천했다는 뜻이다. 윤 청장은 “인사 검증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과 검증 결과에 따랐는데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 폭력이 드러나 하루 만에 사퇴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인사 추천 총괄 책임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이다. 복 기획관은 대검찰청 사무국장, 이 비서관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추천된 인사를 1차 검증하는 곳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인데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장관이 관할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결과를 기초로 2차 검증을 한다. 이 역시 검사 출신인 이시원 비서관이 맡고 있다. ‘인사 추천→1차 검증→2차 검증’의 인사 전 과정을 검사나 검찰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 사달이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 변호사는 검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고, 한동훈 법무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통령, 법무장관, 검찰총장, 국가수사본부장이 이렇게 일색으로 모여있어도 괜찮은가.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이 TV에 보도까지 된 정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를 정말 몰랐나.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의식 없이 인사를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있다. 추천과 검증하는 사람들 모두가 검사 한 식구들이기 때문에 이 인사에 문제의식이 생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인사 검증 실패로 4명의 장관급이 인사청문회도 못 하고 낙마했다. 출범 100일을 넘기고도 고위직 여러 자리가 공석이었다. 검찰 출신이 너무 많고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중용된다는 지적을 들었다. 부실 검증도 비판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재발을 막으려면 검찰 출신이 인사를 독점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 인사 추천도 검증도 정상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