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이 조항이 적용될 일이 발생하자 민주당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6일 “(이재명 대표 수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야당 탄압, 정치 탄압”이라며 “당헌 80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장동 비리는 전형적인 개인 불법 혐의다. 80조엔 ‘정치 탄압’을 이유로 조항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없다. 이런 식이면 라임펀드 사기 주범 김봉현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정치 탄압’이라며 당헌 적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헌 80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반부패 혁신안’의 대표적 내용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개혁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대표가 이 조항에 해당되자 무시하고 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이 조항을 지킬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을 이용해 대국민 쇼를 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역시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들어졌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발생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바로 이 당헌에 해당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보궐선거 직전에 이 조항을 고쳐서 후보를 냈다. 이 당헌을 만든 문 대통령은 이 부끄러운 행태의 뒤에 숨는 방식으로 동조했다.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앞에서 한 엄중한 약속이다. 당헌도 미비한 점이 드러날 수 있고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두 경우처럼 마치 깨끗한 척 보여주기 이벤트용으로 당헌을 이용하고 막상 그 당헌을 적용해야 할 경우가 닥치면 무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초에 지킬 생각 없이 내세운 당헌은 속임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