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말 카이스트에서 열린 양자 기술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찰과 민간 기업, 경제 단체에서 한 인사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자리다. 정 본부장은 윤 대통령과 대검·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했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 수사 지휘권자로 꼭 검사 출신을 임명해야 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수사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검사 출신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정부 출범 이후 연속으로 경찰을 무시하는 듯한 인사가 계속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KT에서 벌어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의 압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재임 중 영업 이익을 40% 늘렸다. 주가도 61% 올랐지만 전 정권 때 선임됐다며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KT 인사에 개입할 근거가 없지만 결국 뜻을 관철했다. 그런데 구 대표 후임으로 내정설이 도는 사람은 IT 통신 경영 경험이 없는 70대 후반의 고령 인사라고 한다. KT는 4차 산업혁명과 직접 관련된 첨단 회사인데 선거 공신이라고 이렇게 인사를 해도 되는 지 의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 대행에 정치권 인사인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재계는 대부분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김 대행은 대선 캠프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위원장으로 일한 사람이다. 전경련이 아무리 차기 회장 후보를 찾지 못했다고 해도 경제 단체 회장 직무 대행을 정치권 인사가 맡는 것은 유례가 없고 모양이 이상하다. 이 인사에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행은 “정경 유착 고리를 끊겠다”고 했지만, 김 대행의 존재 자체가 그런 의심을 살 수 있다.

대통령과 정권은 인사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인사권은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지금 인사는 ‘신중’ ‘합리’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내 뜻대로’ 인상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