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최근 10년간 연평균 4.9%에 그쳐 글로벌 주요 연기금 중 꼴찌로 나타났다. 비전문가 정치인이 이사장으로 꽂히고, 정치논리로 본사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전문 투자인력이 매년 대거 이탈하는 등 정치외풍에 시달리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오른쪽이 국민연금공단, 왼쪽이 기금운용본부 건물이다./김영근 기자

국민 노후자금 92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최근 10년 수익률이 연평균 4.9%에 그쳐 주요 글로벌 연기금 중 꼴찌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연금(9.6%)의 절반에 불과하고, 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7.1%), 노르웨이 국부펀드(6.8%), 네덜란드 연금(5.6%)보다 낮았다. 심지어 채권 중심의 보수적 운용으로 유명한 일본 공적연금(5.3%)보다도 낮다. 현재 상태론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5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소진 시점을 8년 늦출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정부 입김에 좌우되기 쉬운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탓이 크다. 수익률 1위 캐나다연금은 정부·정치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연금을 맡기고 법 조문으로 ‘수익 극대화’를 명시해 운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자산배분 비율 등을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가 결정한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는 정부 인사 6명, 사용자 단체 3명, 노동계 3명, 지역가입자 단체 6명 등으로 구성된다.

역대 정권은 이런 지배구조에 근거해 국민연금을 자주 정치 도구로 활용해 왔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한전공대 설립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정권 주문대로 움직였다. 투자 문외한인 정치인을 이사장에 앉혔는데 총선에 출마한다며 임기 도중 이사장 직을 던져 버린 일도 있었다. 2021년엔 개인 투자자와 정부 압력에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1%포인트 더 늘리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구조에서 수익률 관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정치 논리에 따라 국민연금 본사를 전주로 이전하자 운용 인력의 10% 안팎이 매년 이탈하는 현실도 저조한 수익률의 또 다른 원인일 것이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KT 대표 연임을 공개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금 고유의 목적 이외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정치 개입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모든 의사결정은 오로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만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