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중증장애를 가진 딸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해당 유형의 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은 4~5년이라고 한다. 집행유예는 매우 이례적인 선처다. 재판장은 “장애인에 대한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오롯이 자신들만의 책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피고인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 피치 못할 살인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위를 보면 재판장의 말대로 모든 책임을 어머니 한 사람에게만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숨진 딸은 태어난 직후 의료사고로 거동은 물론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뇌병변 1급 장애와 1급 지적 장애를 가졌다. 어머니는 이런 딸을 38년 동안 홀로 보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올 초 딸이 3기 대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한계에 도달했다. 딸이 암과 항암치료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어머니의 우울증도 함께 악화된 것이다. 어머니는 지난 5월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질식시켜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가족에게 발견돼 살아남아 기소됐다. 그러자 온 가족이 탄원서를 써서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 호소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판결이 나오자 가족들은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아내가 8개월간 잠도 자지 못했다”며 “가족 모두 제정신에 못 살았다”고 말하며 울었다. 이 가족과 같은 아픔을 매일 겪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

중증 장애인을 각 가정이 24시간 떠안는 것을 ‘독박 돌봄’이라고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은 평생 장애인 자녀를 곁에서 돌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이번 사건의 피고가 그런 경우였다. 정부로부터 장애인 지원금을 정기적으로 받았지만 양육은 38년 동안 개인의 몫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있어도 공급이 부족해 중증 장애인 5명 중 2명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선 1년을 기다려도 자리를 얻지 못한다고 한다. 자리가 있어도 열악한 환경과 학대를 우려해 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처지에 따라 각각 다른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가 도처에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 예산은 한 해 600조원이 넘는다. 1인당 소득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이런 비극이 한 해 수십 건씩 일어나는 것은 국가의 복지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애인 보호는 사회 전체의 몫이다. 어머니에 대한 법원의 선처는 후진적 복지 시스템에 대한 중형 선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