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전남 나주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에서 첫 입학식이 열리고 있는 장면. 당시 학교 건물은 4층짜리 한 동만 들어선 상태였다. 올해 한전공대에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이 1588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뉴시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이 올해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에 158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출연금 711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한전은 지난해 적자 규모가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지금 돈이 없어서 발전 자회사들에게서 전기를 외상으로 구입한 뒤 회사채를 발행해 돈이 들어오면 전기 구매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전임 문재인 정부가 순전히 정치 논리로 세운 대학에 엄청난 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줘야 한다. 문 정권이 한전공대에 돈을 무조건 주도록 법으로 강제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전공대는 작년 3월 4층짜리 본관 건물 하나 지어 놓은 상태에서 신입생을 뽑아 학교 문을 열었다. 전임 정부 임기 중에 개교식을 가지려고 무리를 한 것이다. 다른 건물들은 지난달에야 착공했다. 작년 입학한 1기 학생들은 도서관·학생회관을 거의 써보지도 못한다. 이들은 현재 골프장 리조트·클럽하우스를 리모델링한 건물을 기숙사와 식당으로 쓰고 있다. 강의실은 본관의 4개뿐이다.

우리나라엔 이미 각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다. 필요하지도 않은 대학을 대선 지역 공약이라며 내놓고 그 돈은 국민에게 내라고 한다. 한국 전기 생산의 3분의1 가량이 원자력인데 한전공대는 원자력은 배우지도 않는다. 작년 신입생 전형 면접에선 원자력을 폄하하는 듯한 내용의 지문을 실은 문항이 출제되기까지 했다. 원전 발전 비용이 태양광·풍력보다 훨씬 비싼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지문도 제시됐다. 이런 학교가 어떻게 제대로 된 에너지 대학이 되겠나. 한전공대는 정권이 바뀌자 올해부터는 갑자기 차세대 원전을 연구할 석·박사 과정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한전공대는 48명의 교수에게 총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 국립대 교수 연봉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학생들은 등록금·기숙사비가 면제된다. 한전을 쥐어짜고, 국민이 내는 전기료 가운데 일부로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염출한 돈으로 특혜를 누리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대가 고사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임 대통령이 세운 대학만 특혜를 보는 이런 불평등을 누가 옳다고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