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8일 공개한 '북한 정책과 확장억제' 보고서. /CSIS 웹사이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래 어느 시점에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 등을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 훈련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저위력 핵무기는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로 전술핵을 말한다. CSIS는 “지금 당장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 문제를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가 공개 언급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CSIS는 나토의 핵기획그룹(NPG) 같은 협의체 신설, 즉 나토식 핵 공유도 제안했다.

미국은 조야를 막론하고 핵 비확산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 차원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핵에 한국이 접근하는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이 우리 국민 생명이나 국가 존망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김정은의 핵 폭주와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막을 방법은 한미 연합이든, 한국 단독으로든 확실한 핵 억지력을 갖는 것뿐이다. 핵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서다. 이것만이 북한 핵의 효용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경우에만 김정은도 핵 보유의 효용성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최근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지금은 그런 정도로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도 했다. CSIS도 “북한의 증가하는 핵 위협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고 진단했다. 가만히 안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전술핵이든, 나토식 핵 공유든 미국이 바로 수용하지 않더라도 계속 협의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우리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핵무장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