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장관이 11월 28일 부처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대학 관리 감독을 담당했던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인재 양성을 기획·지원하는 인재정책실을 만든다는 것이다. 교육부 조직 개편의 핵심은 대학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 재정 지원의 틀부터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사업별로 대학들로부터 보고서를 받고 이를 평가해 예산을 배정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지역별로 대학 지원 예산을 칸막이 없이 한꺼번에 내려보내 시·도 지자체와 대학이 협의해 자율로 집행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학 규제 완화, 대학 자율화는 대학들이 수없이 요구해왔고 역대 교육부장관들도 입버릇처럼 해왔던 얘기다. 현재는 학과 구성과 정원, 대학 교수와 직원들 보수 시스템 등 대학 행정 하나하나가 교육부 도장을 받아야 집행될 수 있다. 국립대의 경우 마치 교육부의 산하기관처럼 교육부 직원들이 돌아가며 사무국장으로 파견돼왔다. 사립대들은 한 푼이라도 더 예산을 따기 위해 보고서를 포장하고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동원했다. 이런 교육 관료주의 아래서 대학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오래됐다.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교육부장관을 하면서 입학사정관제, 자율형사립고 등을 시행했다. 그의 재임 시절 사교육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의욕을 갖고 밀어붙였던 정책들이 입시 공정성 악화, 학교 줄 세우기 등의 반론에 부딪혔고 조국 사태에서 보듯 심각한 부작용도 노출시켰다. 전임 박순애 장관이 ‘초등학교 5세 입학’ 구상에 대한 반발로 한 달 만에 사퇴했듯, 교육 개혁은 의도와 관계없이 예측 못 한 사태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대학 자율화의 문제는 지자체와 대학이 교육부 지원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역량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학 교육은 4차 산업의 대두 등 사회 여건 변화에 신속하고 정확한 반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자체와 지역 대학들이 산업 기술과 미래 사회의 진화 흐름에 예민하게 맞춰갈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있다.

대학 자율화는 큰 방향에선 옳은 설정이다. 대학에 자율을 주면 저출산으로 입학 학생 수가 급감하는 위기 상황에서 혁신을 통한 생존의 길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자율화는 치밀한 검토와 준비, 대학과의 협의를 거치면서 시행해야 한다. 이 장관 스스로가 첫 번째 임기 때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