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주유소 휘발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 28일 서울 한 주유소 가격 게시판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4대 정유사(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어서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 27일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입 물량은 평소보다 80% 이상 감소하는 등 울산·의왕 등 전국 주요 항만과 물류 기지의 물동량이 뚝 떨어졌다. 석유화학·철강 업체가 밀집한 여수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에서는 생산한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공장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지난 6월 운송 거부 사례 등으로 볼 때 하루에 손실이 약 3000억원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 전망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주유소 재고가 바닥나는 등 그 여파가 국민 일상생활까지 미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파업에 불참한 화물차에 쇠구슬 추정 물체가 날아와 대형 앞 유리가 깨지고, 운전자가 유리 파편에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일을 하는 화물차에 계란·물병 등을 던지거나 운행 중인 화물차를 가로막고 운전기사에게 욕설 등을 퍼붓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위험한 폭력 행위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정부는 범인을 잡아 처벌해야 한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보듯이 운송은 여러 가지 여파를 만드는 망(網) 산업이다. 물류를 멈춰 세우는 일은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많은 국민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이런 파업을 화물연대는 올해만 두 번째 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남발하는 것은 새 정부가 이들의 첫 파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처음 파업했을 때 정부는 엄정 대응하지 못하고 안전운임제 지속과 대상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들을 달래는 데만 급급했다. 화물연대는 새 정부의 우유부단과 무원칙, 무능을 확인했다. 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또 파업을 시작한 것은 정부를 얕보았기 때문이다.

첫 파업 때 정부가 당장 급한 불만 끄자는 식의 무원칙으로 일관한 여파는 산업계 전반과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사태로 커져가고 있다. 떼를 쓸 때마다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서 달래기를 반복하면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다. 이번에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원칙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극렬한 반발과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이를 버텨낼 의지가 있는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대우조선 하청 노조 사태에서 보듯 다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