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의원총회를 마치고 “윤석열 정권은 협치를 파괴하고 야당을 향한 부당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결의했다”고 했다. 민주당사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신 연설을 낭독할 때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사례는 있지만, 대통령 취임 첫해에,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연설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야당이 이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민주당도 2개월 전 합의한 의사 일정이다. 대장동 수사로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 구속되고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되자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 수용과 미국 순방 당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사과를 내걸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대통령 연설을 듣는 데 조건을 단 경우도 없었다.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해 발언할 헌법상 권한이 있고, 국회는 여야를 떠나 이를 들어온 게 관례다. 시정연설은 보통 1년에 한 번, 대통령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한다. 예산 편성과 관련한 정부의 주요 정책,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 생각을 국민 앞에 직접 밝히는 자리다. 이번엔 안보·경제 위기 속에서 새 정부의 위기 극복 방안을 국민이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민주당은 지금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이 대표 ‘방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정연설 거부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이 169석을 줄 때 이렇게 하라고 준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 리스크 때문에 당 전체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민주당은 ‘방탄’을 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기본 책무는 하기 바란다.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러운 ‘헌정사상 처음’ 기록은 그만 세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