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제78기 졸업 및 임관식. (육군 제공)./뉴스1

육군사관학교가 2019년부터 교과과정을 개편해 졸업을 위한 필수 교과목에서 ‘6·25전쟁사’를 뺐다고 한다. 육사에는 ‘국방전략’ ‘지휘관리’ ‘군사과학’ ‘군사공학’ 등 4개의 군사학 전공이 있는데, 이 중 국방전략 전공자를 제외한 나머지 약 75% 인원은 ‘6·25전쟁사’를 수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해’ ‘군사전략’도 필수 과목에서 빠졌다. 대신 ‘양성평등’, ‘스트레스와 건강’ 등이 필수가 됐다. 육군3사관학교도 지난해부터 6·25전쟁사와 북한학을 필수 과목에서 제외했다.

6·25전쟁은 이 땅에서 가장 최근에 벌어진 최대 규모 전쟁이다. 승인, 패인, 전술, 전략, 교훈 등 군인으로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집약된 교과서와도 같은 사변이다. 다시는 침략당해 국토와 국민이 유린되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교육 효과도 있을 것이다.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의 사관학교는 자국 전쟁사를 필수로 가르친다. 한국 육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 세계 유일, 전무후무한 사관학교일 것이다. 대한민국 육군의 핵심 간부가 될 학생들이 6·25전쟁과 북한, 군사 전략에 대해 배우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 배운다는 건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개편을 주도한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기 육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교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내부에서 반대도 있었지만 묵살당했다고 한다. 당시 문 정부의 대북 저자세, ‘육사 힘 빼기’ 등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정부는 201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공식 삭제했다. 6·25 때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로 몰고, 6·25 남침 공로로 북한 훈장을 받은 사람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 중고 교과서에서도 6·25전쟁에서 ‘남침으로 시작된’이라는 설명을 빼려 했다. 육사에서 ‘6.25전쟁사’ 과목을 선택으로 만든 것도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교과과정을 바꿀 당시 육사에선 신입생 선발 시험 채점 오류 사건도 발생했다. 공사가 이를 발견해 알렸지만 육사는 오류를 통보받고도 바로잡지 않았다. 친북, 친중 성향을 갖고 있는 육사 내 군인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정권을 만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육사 내 정치에 빠져 있다 보니 온갖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런 일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관학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패를 육성하는 기관이다.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곳마저 시대착오 이념에 물들어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의해 오염됐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직접 사건의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육사를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