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함수 부분이 북한의 폭침 한달 만인 2010년 4월 24일 서해에서 인양되고 있다. /이덕훈 기자

2주 동안 7차례에 걸쳐 대남 전술핵 공격을 집중 훈련한 북의 다음 도발은 신형 ICBM 발사나 7차 핵실험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정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에 “북이 핵실험을 한다면 10월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대회 이후부터 11월 7일 미국 중간 선거 사이에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이번 집중 도발에서도 우리의 예상을 넘어섰다. 미국 항공모함이 동해에 떠 있는 가운데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에 없던 일이다. 저수지에서 SLBM을 발사하는 기상천외한 도발도 했다. 낡은 전투기이지만 150대를 한꺼번에 띄우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의 핵 위협이 커질수록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성동격서식 도발 가능성이다. 이번에 북이 모든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전술핵 훈련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우리 군의 주의를 분산시킨 뒤 재래식 도발로 허를 찌르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 흔히 ‘핵을 빼면 북한군은 허수아비’라고 생각한다. 워낙 장비가 낡아 그런 측면이 있지만 방심한 국군의 허를 찌르는 기습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이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감행했을 때와 비슷한 정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잃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북한은 국군을 타격할 작전을 세웠다. 핵 도발을 계속하는 가운데에도 천안함을 폭침하고 이어서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많은 국군 장병과 민간인이 희생됐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엔 목함 지뢰 도발을 일으켰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만큼 김정은이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북이 성동격서식 도발을 한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바다와 하늘, 육지, 사이버, 산업 시설 등 모든 공간에서 도발이 가능하다. 다만 그 공격의 범인을 찾기 어려운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폭침의 경우 북의 소행임을 밝히는 데 두 달이 걸렸고, 목함 지뢰 도발도 엿새가 걸렸다. 2009년 디도스 공격, 2010~2012년 GPS 교란 등도 바로 범인을 지목하지 못했다. 우리 군의 대응을 지연시키고 남남(南南) 갈등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군은 자체적으로 북의 성동격서식 도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있지만 도둑 한 명을 백 명의 경찰이 잡기 힘든 법이다. 정보기관과 군이 각별히 긴장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