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부터)과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오영환 원내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당론 발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며 “모두 비상한 각오로 표결에 임해달라”고 했다. 과반(150명) 찬성이면 되니 민주당 단독 의결이 가능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들일 리도 없다. 정쟁만 격화시킬 뿐이다.

민주당은 제안 이유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과 일본이 흔쾌히 정상회담에 응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순방 중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며 박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변수로 바이든 대통령의 뉴욕 체류 일정이 단축되는 등 미국 측 사정으로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중 짧은 시간이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3차례 만났다. 이렇게라도 만난 외국 정상이 많지 않다. 한일 정상 간에는 30분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회담이 열리지 않았다’는 민주당 주장은 지나치다.

지금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박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문 정부가 한일 간 합의를 파기하고 죽창가만 부른 결과다. 문 정부의 마지막 주일 대사는 1년이 넘도록 일본 외교 장관도 만나지 못했다. 이것이 외교 참사다. 일본과 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추진한 것도 대통령실이지 박 장관이 아니다. 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나.

민주당은 이번 순방 중 벌어진 윤 대통령 발언 논란도 박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박 장관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 의회나 바이든 대통령을 거론한 적 없다고 했고,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외교 문제와 상관없는 국내 문제인데 왜 외교 장관이 책임지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 시행을 책임질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하겠다고 한다. 쌀수매법,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없애주는 노란봉투법 등이다. 의석수가 많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의석 수가 많다고 해도 정부가 아닌 야당이다. 법을 실제 집행하지도 않을 야당이 국정과 직결된 법을 강제 통과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이자 횡포다. 이제는 야당의 국회 폭주가 거의 상습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