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아 중소기업의 가업(家業)을 물려받는 사례가 연간 100건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고 5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가업을 상속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요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상속 후 7년 이상 같은 업종·고용·지분을 유지해야 상속 재산 중 200억~500억원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고 이를 위반하면 최고 65%의 징벌성 세금을 물린다. 이런 조건 탓에 중소기업 오너 중엔 상속 재산이 늘지 않도록 사업 확장을 꺼리거나, 가업 승계 대신 기업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가업 승계가 어려운 이유로 중소기업의 80%가 ‘막대한 조세 부담’을 꼽았다.

정부는 가업 승계 감세 대상을 연 매출 1조원까지로, 최대 공제 한도는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승계 후 조건을 완화해주는 세제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가업 상속 후 사업을 5~7년만 유지하면 상속세를 전액 유예해 주고, 업종 변경 제한도 두지 않는 선진국의 세제를 감안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이 계속돼 경영의 일관성과 고용이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떻게 부자를 위한 혜택인가. 중소기업계의 오랜 현안인 가업 승계 감세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손을 잡아야 한다.

아울러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상속 세제도 글로벌 표준에 맞춰 고쳐야 한다. 우리의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에 최고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받는 상속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문제가 있다. 이를 대부분 선진국처럼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내는 ‘유산 취득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세금 폭탄’ 수준의 상속세를 개혁해야 기업인들이 사업 키우기를 꺼리는 기현상이 없어지고,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