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무역수지 적자가 94억7000만달러로, 정부가 무역 통계를 낸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월 기준으로 최대 적자를 냈다. 1~8월 누적 적자는 247억2000만달러로, 역시 66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이 2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급등한 에너지 수입액 등이 수출 효과를 덮어버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수출 제조업 국가들의 무역 지표가 동반 악화됐다. 우리 역시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에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1년 전보다 91.8%(88억6000만달러) 폭증한 185억2000만달러로, 무역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탓만 할 수는 없다. 에너지·중국·반도체라는 3대 요인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5.4% 감소하고 수출 효자 품목이던 반도체 가격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니 두 자릿수이던 수출 상승세가 한 자릿수로 둔화됐다.

우리는 수출의 25%를 중국 시장에 의존한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비율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반도체의 40%를 중국에 수출하는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의존도도 점점 높아져 왔다. 수입 의존도가 75% 이상인 636개 수입품 가운데 55%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코로나 봉쇄로 중국 수출은 감소했는데 중국에서의 수입은 못 줄이니 한·중 수교 30년 내내 흑자이던 대중 무역 수지가 단번에 4개월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그제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고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 수지를 개선하겠다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교역 구조 및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교역 다변화 전략은 말할 것도 없고, 1970년대 오일 쇼크 이상의 위기감을 갖고 에너지 효율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에너지 다(多)소비 국가이면서 에너지 효율 지표는 OECD 36국 중 33위로 바닥권이다. 사상 최악의 무역 수지 적자를 일시적 요인으로 여기지 말고 경제 체질 개선의 분기점으로 삼았으면 한다.